머리말
제1장 바그너 생애의 동기
제2장 종합예술가의 등장
제3장 종합예술가의 산실
제4장 종합예술가의 길잡이
제5장 바그너 음악의 정체
제6장 바그너의 천재성과 인성
제7장 바그너와 유대인 문제
제8장 바그너와 여성
제9장 리가로부터의 탈출
제10장 바그너와 혁명
제11장 망명으로 시작한 제2의 창작 여정
제12장 재난, 그리고 구원
제13장 바그너의 수호천사와 젊은 호적수
제14장 바이로이트로 가는 길
제15장 비판과 찬사
제16장 베네치아에서 맞은 임종
맺음말
바그너의 가계도
바그너의 음악작품 목록
바그너의 저작물 목록
연보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욕망과 모순으로 가득한 처세의 달인
사람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내가 그들을 바꾸어버리겠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하지만 바그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삶을 살아온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좀처럼 제어하거나 숨기려 들지 않았다. 아무 대책 없이 빚을 져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가 독촉에 시달리게 되면 야반도주를 했으며, 자신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대규모 전용 극장을 세우리라는 꿈을 갖고 있었고(놀랍게도 이 꿈은 이루어졌다, 기혼자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들과 사귀었으며,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자신을 지원해주지 않은 이에게는 악담을 퍼부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야만 했다. 아부와 아첨, 읍소, 협박, 지키지 못할 약속… 바그너에게는 그 모든 수단은 말 그대로 수단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모순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드레스덴 시민 봉기의 주요 인물로 좌파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었지만, 돈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느 권력자에게도 고개를 조아릴 수 있었다. 또 그는 유대인들을 비난하는 글을 쓰면서 당대의 유대인 혐오 풍조에 힘을 보탰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유대인들과는 끝까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점에서 ‘처세의 달인’ 바그너는 주로 자기 안으로 가라앉아서 작품을 탄생시킨 낭만주의의 여느 거장들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체면이나 윤리, 관습이나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좇았던 그였기에 당대 음악의 틀을 부수고 그 바깥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그너는 그야말로 복잡한 내면을 지닌, 그리고 그 다양한 면모를 모두 스스럼없이 표출하는 인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바그너의 이련 면모를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그를 거부하지 못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그너에 대한 애증으로 얼룩진 인물, 프리드리히 니체다. 니체는 말년에 누이동생이 책을 읽어주다가 바그너라는 단어를 말하자 독서를 멈추게 하고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렇지? 내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게 맞지?”
악명과 루머를 넘어서
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