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말>
숲길을 걷다보면 크고 작은 동물들의 흔적이며 기묘한 위치에 놓인 열매 나뭇잎 돌멩이가 말을 걸어온다. 일상 너머 자연의 시공간에서 일어날 법한 온갖 일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동물들은 어떨까?
그림책에는 동물들이 나 같은 산책자들이 떨어트린 물건들에 마음을 주며 매혹되고 즐긴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우크라이나 민담으로 만든 에우게니 M. 라초프의 걸작 그림책 <장갑>은 ‘겨울 숲속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이라는 매력적인 모티프로 거듭 재화되고 변개되어 <털장갑>(잰 브렛, <빨간 장갑>(짐 아일스워스 글, 바바라 매클린 톡 그림을 낳았다.
이 책 또한 ‘겨울 숲속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이라는 모티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겨울을 주된 배경으로 삼은 이전의 걸작 그림책들과 달리 빨간 색 장갑 한 짝이 점을 찍은 연초록 봄 숲 정경이 주를 이룬다.
겁 많고 소심한 주인공 겨울잠쥐가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눈으로 발견한 빨간 장갑은 까딱하면 잡아먹힐 무서운 적으로 여겨지지만, 곧 개구리며 고슴도치며 다람쥐며 토끼 너구리 곰에 의해 몸에 쓰거나 끼는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간절히 갖고 싶은 것이 된다. 어미 곰에 의해 두 짝이 있어야 제구실을 한다는 정확한 정보와 함께 비로소 제 몫이 된 장갑모자를 쓰고 행복해 하는 겨울잠쥐! (야행성인 이 동물이 대낮에 나와 있는 이유는 빨간 장갑에 매혹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이상희(그림책 작가, 시인
<본문 발췌>
겨울잠쥐가 슬며시 그것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쪼르르 나무에서 내려와
그것을 물고 올라갔습니다.
“조심해! 이번엔 널 잡아먹을지도 몰라.”
겁이 난 겨울잠쥐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다람쥐는 초록 방울 두 개를 번갈아 물어뜯더니
그것을 땅으로 내동댕이쳤습니다.
“휴, 다람쥐가 이겼구나.”-p.11
그때 너구리가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왔습니다.
“이게 뭐지”
너구리가 그것을 발에 껴 보았습니다.
“폭신폭신하네. 추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