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늙은이가 정서적으로 소통하는 따뜻한 시집
시인 이화주는 오랜 세월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교장 선생님까지 지냈지만, 무섭고 근엄하고 어려운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친근하고 포근한 교장 선생님이었다. 우는 아이를 업어서 달래주기도 하고, 또 아이들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자연스럽게 교장 선생님을 찾아와 하소연을 할 수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기보다는 친근하고 포근한 할머니로 아이들 곁에 있었다.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교감하고 소통하는 모습들이 동시집 『내 별 잘 있나요』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엄마, 아빠’보다 ‘교장 선생님’과 ‘할머니’가 더 많이 등장하는 독특한 시집인 것이다. 특히 시적 화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주목할 만하다. 늙은이들은 귀찮거나 느리고 답답한,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찔레꽃, 도랑물, 뻐꾸기 소리’와 함께 유모차를 타고 가는 작고 여린 존재일 뿐이다.
내가 타던 유모차
할머니 손잡고
마을 길 나들이 간다.
가다가 멈춰서
찔레꽃 향기 태워 주고
가다가 멈춰 서
도랑물 소리 태워 주고
가다가, 가다간 멈춰 서서
앞산 뒷산 뻐꾸기 소리도 태워 준다.
(「내가 타던 유모차」 전문
간결한 시어에 담긴 깊은 여운
동시집에 실린 시들은 전체적으로 짧고 간결하다. 이화주 시인은 불필요한 수사와 꾸밈을 덜어내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짧고 간결하지만, 여리고 섬세한 감정들과 담백한 행동이 담겨 있어서 여운은 깊게 남는다. 독자들을 숨죽이고 가만히 시를 음미하게 만든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세현 작가의 그림은 담백하고 깊은 여운을 한층 북돋운다. 은유적이면서도 다채로운 표현방식과 은은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은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