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보기를 권하는,
오랜 시간을 머금은 한 칸 한 칸의 이야기들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던 청소년 시절, 무엇 하나 삶을 이끌어주는 것이 없던 때에 출구 삼아 시작한 그림의 세계, 고단하면서도 벗어날 수도 없는 다사다난한 가족과의 관계, 삶의 국면마다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면서 긴 평행선과도 같아진 친구들과의 관계, ‘일’과 ‘작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작자의 삶….
책에는 모두 아홉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저 아련하기만 했던 그 시간들, 그 관계들을 이야기로 만들고 그림으로 담았다. 그러면서 작가 스스로 오해하고 있던 것들을 불러내 화해하고, 어스름하게 보였던 것들을 더욱 또렷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홉 개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겪었을 성장통의 세계, 자신과의 불화와 불안을 숨기지 않고 은근한 온도로 담백하게 담았다. 애면글면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정감 어린 풍경으로 가득한 이 만화에서 자기 삶과 꼭 맞게 포개어지는 진솔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속에서나 동네에서나 소란스러움은 함께 살아감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 달라서 부딪히고, 달라서 재밌는 거고, 다르기에 궁금하다.
가끔은 그 소란스러움을 외면하거나 미워하면서 걷어내고 싶지만, 조용해진 사람들과 매끈해진 거리를 상상하면 마음 붙일 자신이 없다. 울퉁불퉁 소란스러운 가운데 얻어걸리는 재미라는 게 있으니까.
_9화 ‘구도심 드라마’ 중에서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