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를 놓다
김기정 작가의 신작 동화집 『모두 잘 지내겠지?』는 다섯 편의 동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길모퉁이 국숫집」에서는 한밤중이면 얼굴이 창백한 사람들이 국숫집을 찾아와서 따끈한 국수를 먹고 돌아가고, 「게스트 하우스 아기씨」가 펼쳐지는 공간은 아이가 혼자서 머물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다. 「큰할머니 노망드셨네」에서 큰할머니가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 속에는 많은 아이들이 숨어 있다. 각각의 동화에서 다루는 이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 세상을 떠난 존재다. 그들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지만, 사람들 곁에서 살아간다. 『모두 잘 지내겠지?』에 세상을 떠난 이들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곁을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모습도 그려진다. 김기정 작가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말을 전하는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사람들에게 뒤늦게나마 건네고 싶은 말을 전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 다리를 놓아서 그들을 만나게 하는 과정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삶과 죽음이라는, 아주 먼 거리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 독자들은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사실 속 어린이의 삶을 그려 낸 동화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선사하는 묵직한 울림
『모두 잘 지내겠지?』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과거를 다루고 있다. 「녹슨 총」에서 해마다 오월이 되면 나타나는 ‘장곤’은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희생된 인물이다. 그는 옛날 교복을 입고 녹슨 총을 어깨에 멘 채 여전히 그날의 시간을 살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 아기씨」에서 혼자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며 부모가 자신을 데리러 오길 기다리는 ‘연수’는 세월호를 연상하게 하는 배에 타고 있던 인물이다.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야 비로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길모퉁이 국숫집」에서는 국숫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