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느낌 아니까
첫걸음
느낌 아니까
민들레 작전
콩나물 외계인
우리 집
정말 무서운 건
제자리
너무해
이상해
또 하나의 가족
봄의 복사기
소금
제2부 따뜻한 릴레이
인어 꼬리 옷
물소 우는 소리
보청기
담을 넘어가는 이유
어린 솟대들
그리다
어둠이 컹컹
그림의 떡
따뜻한 릴레이
분수의 휴일
감기
틈
제3부 새라고 배운 돌
매머드
천적
소라게
앵무새 말 배우기
벚나무와 훌라후프
봄의 에스컬레이터
할머니 나무
게발선인장
갓바위
배
새라고 배운 돌
공사 중
그래스트리
태풍
제4부 핑크가 어때서
오늘의 숙제
레고
닮았네
고민 상담
핑크가 어때서
늦둥이
누가 알아주지?
뭘 보고 있는 거야
끼리끼리
대출
땅바닥
손에 손잡고
꽃들의 일기
해설|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따뜻한 릴레이_남호섭
시인의 말 | 작고 여린 생명들과 함께
작은 존재들의 강한 생명력을 포착한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는 정지윤 시인이 오랜 시간 동안 품어 온 이야기들을 엮은 첫 동시집이다. 시인은 안정적으로 시행을 이끄는 가운데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는 시상을 다채롭게 포착하여 동시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동시집 안에서 자연은 그저 태어나고 주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지극히 가벼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 낼 줄 알고(「민들레 작전」, 돌멩이 틈에 내려앉아 그 사이를 벌리며 꽃을 피워 내며(「틈」, 이미 생명 활동이 끊긴 부엌 싱크대에서도 기필코 생명을 틔우는(「틈」 존재들이다.
숲속 빈집 / 낡은 싱크대 거름망 속에서 / 콩 한 줄기 태어났어요 // 어느 외계 생명체처럼 / 플라스틱 분화구에서 삐죽, /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 무거운 머리 / 가느다란 몸 / 습기를 찾아 촉수를 뻗고 있어요 // 땅속에 뿌리 내리지 않아도 / 살아갈 수 있어요 // 스테인리스 별에서도 / 기필코 살아남아 / 푸른 신호를 전송할 거예요 // 여기 내가 있어요! ―「콩나물 외계인」(16~17면
시인은 사람의 기준으로 자연을 재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스스로 생명력을 키우는 작은 존재들 앞에서 겸손해진다. 늘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연 아래, 시인은 하루하루의 변화를 겸허히 기록할 뿐이다. 나뭇가지 위에 조용히 놓여 있는 돌멩이로부터 새의 날갯짓을 짐작하는 시 「새라고 배운 돌」과 깊은 바다 속의 고래와 높은 하늘 위를 날아가는 학, 염전을 지키는 할아버지의 땀방울까지 가만히 느끼는 시 「소금」이 인상적인 이유다.
굵은 나뭇가지에 날아갈 듯 / 앉아 있는 돌 하나/ 새라고 배우고 있어요 // 비디오가 매일 / 조류 도감을 펼쳐 놓고 가르쳐 줘요 / 저 하늘이 내가 날아갈 세상이래요 // 나는 누구인가요? // 어쩌면 /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 언젠가는 푸드덕 날갯짓하고 / 날아오를지도 몰라요 ― 「새라고 배운 돌」(68면
소금은 / 오는 거래요 // 먼 고래의 입김으로부터 / 학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