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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수영장의 냄새
저자 박윤선
출판사 창비(주
출판일 2019-11-29
정가 12,000원
ISBN 9788936477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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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화
3화
작가의 말
네모난 집과 반듯한 교차로를 오가는
아파트키드 민선의 하루하루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에 살면서 ‘국민학교’를 다니고 아파트촌에 자리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우는 주인공 민선은 오로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아파트키드’다. 아빠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가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사를 도맡으면서도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재산을 모아 값이 오를 만한 아파트를 산 엄마는 다른 학부모들과 경쟁하며, 공부도 운동도 빠짐없이 잘하는 언니 민진에게 온 신경을 쏟는다. 무심한 가족들 사이에서 민선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과 수영장을 전전한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아파트 상가에서 혼자 김밥을 사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나날의 연속이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로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는 듯하지만 네모반듯한 아파트와 교차로 사이를 오갈 뿐 고민을 털어놓을 어른도, 대화할 친구도 없는 민선의 하루하루는 한없이 무미건조하다. 작가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 무렵의 서울 대치동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참고하여 외롭고 쓸쓸한 민선의 일상을 서늘하게 연출했다. 무심한 듯 단순하게 당시의 분위기를 담아낸 그림은 ‘밀레니얼 세대’ ‘에코 세대’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지극히 일방적인 진단과 평가를 받는 이삼십대 독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수난과 섬세한 감정의 결을 생생하게 되살려 당사자의 눈으로 돌아보게 한다는 점도 이 작품의 힘이다.

텔레비전 크기로 가난을 평가하던 시절
은밀하게 배워나가는 어른들의 세계

아이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놀이와 친교 관계는 어른들의 정치와 사교만큼이나 비정한 구석이 있다. 『수영장의 냄새』는 유년을 미화하지 않는다. 친구 사이에 권력 관계가 생기면 과감히 서로의 호칭을 “주인님”과 “쫑”으로 바꾸어 부르는 민선의 모습과 친구 집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 크기로 빈부를 저울질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씁쓸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정면으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