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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해룡이
저자 권정생
출판사 창비(주
출판일 2017-12-25
정가 17,000원
ISBN 9788936447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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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이 없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정한 아빠, 엄마, 형이나 언니, 동생이었던 이들에게
당장 가족과 헤어지라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떠나라고 했습니다.
해룡이는 그 부끄럽고 아픈 역사 속에서 몸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어디에 있더라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움을 못 이긴 해룡이는 겨울 눈길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지만
방문 앞에 놓인 신발들만 바라보다 소리 없이 떠납니다.
흰 눈이 해룡이의 발자국을 지우는 장면은 더없이 슬픕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해룡이가 남기고 간
빨간 주머니만큼 선명하게 해룡이를 기억합니다.
우리 곁에는 아직도 또 다른 해룡이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은 결코 지워지거나 감추어질 수 없습니다. _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

비극적 운명 속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가족애

주인공 해룡이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해룡이」는 1978년에 출간된 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창비아동문고 5에 수록되어 널리 읽혀 온 단편동화다. 동화가 발표된 지 약 40년 만에 화가 김세현의 그림을 덧붙여 그림책으로 새롭게 펴냈다.
해룡이는 일곱 살 때 전염병으로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어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지낸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쓸쓸함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난 해룡이는 스물두 살 되던 해에 비슷한 처지의 처녀 소근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혼자서 애끓는 시간을 보낸 끝에 소근네와 “온 마을이 축복해 주는 가운데 오붓한 잔치를 치”르고, “참으로 정다운 부부”가 된다. 해룡이는 머슴살이를 그만두고 따로 집을 마련해 농사를 지으며 삼 남매를 낳아 간절히 바라 오던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집 뒤꼍에 심은 감나무, 살구나무가 자라 여름내 가으내 과일이 열렸습니다. 앞산 밭에는 조도 심고 고추도 갈았습니다. 가재개울 건너 논에서 벼를 거둬들여, 가을 앞마당은 따사로웠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