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경계
환상을 동화라는 문학 장르의 주된 특징으로 여기는 주장을 자주 만납니다. 동화에서 이런 특징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런 관점 또한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닐까요? 1980~90년대에는 우리 현실의 모습을 엄밀하게 담으려는 사실주의가 동화에 요구되는 진지한 자세였습니다. 2000년대 이후 과감한 상상력과 환상을 강조하는 판타지 동화가 우리 아동문학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주된 배경이겠지만, 보다 다양한 형식을 선보이고 싶은 작가들의 실험 정신도 작용했을 겁니다.
동화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그리고 그 고민은 우리 동화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요? 사전적 의미로, 판타지는 가공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초현실적인 존재 또는 사건을 다루는 장르입니다. 소설로 널리 읽히고 화려한 영화로도 눈길을 끈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발걸음을 뗀 한국 현대문학이 일본을 거친 서구문학의 이식이라는 상처를 안게 된 것처럼, 2000년대 이후 팽창한 판타지 동화도 어쩌면 깊은 숙성을 거치지 않고 서구에서 유행한 장르와 기법을 그대로 좇은 게 아닐까요? 문학과 예술에서 새롭고 참신한 시도는 마땅히 반길 일입니다. 그러나 환상이라는 것도 결국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솟아날 때 더 튼튼한 골격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요?
현실과 환상을 엮는 새로운 시선
1. <귓속 모래바람>은 이 창작집의 전체적인 방향과 특징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같습니다. 바로는 아침부터 머리가 아픕니다. 학교 가는 일도 영 내키지 않습니다. 하필 황사가 최악인 날입니다. 교실로 들어서면서 비로소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청소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가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장 패거리가 바로의 가방을 화장실에 숨기는 장난질을 한 겁니다. 왜 그 일이 생각나지 않았을까요? 사건의 매듭 하나가 툭, 떨어져 나가듯 기억의 어느 부분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