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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꽃밥
저자 정연숙
출판사 논장
출판일 2020-01-28
정가 13,000원
ISBN 978898414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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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먹는 밥은 꽃밥입니다.
수백 송이 벼꽃이 피어난 꽃밥
개나리, 국화, 민들레, 장미, 튤립……,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은 ‘벼꽃’이래요.
벼꽃? 벼에서 꽃이 핀다고요?
엄마는 책상 서랍 깊숙이 있던 낡은 외할머니의 일기장을 펼칩니다.

1964년 8월
허수아비를 만들어 논에 나갔다. 참새들이 얼씬도 못 하도록 얼굴을 무섭게 그렸다.
밥풀 같은 하얀 벼꽃을 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쌀밥을 먹어 본 게 언제인지…….

1970년 12월
‘쌀 세 톨에 보리쌀 한 톨!’ 오늘은 도시락 검사에서 다섯 명이 걸렸다.
걸린 아이들은 앞에 나가 양팔을 들고 ‘꽁당 보리밥’ 노래를 부르는 벌을 받았다.

1977년 9월
오늘은 내가 엄마가 된 날, 어머니가 쇠고기미역국과 윤기 흐르는 흰쌀밥을 지어 주셨다. ‘내가 먹는 밥이 이 여린 생명을 자라게 하는구나.’ 생각하니 새삼 쌀이 참 고맙다.

1980년 10월
올해 여름은 서늘했다. 벼농사는 엉망이 되었고 결국 쌀이 모자라
비싼 값에 다른 나라 쌀을 사 온다고 한다.

1990년 5월
요즘엔 바나나가 지천이다. 고사리, 표고버섯, 무말랭이, 호박고지 같은 나물들도
외국에서 들어온 게 많다. 수입 농산물이 잘 팔릴수록 우리 농촌은 점점 힘들어질 텐데…….

2008년 3월
오늘은 손녀 은진이의 첫 번째 생일이다.
‘은진아, 세상에 쌀만큼 귀한 건 없단다. 생명을 불어넣는 쌀처럼 귀한 사람이 되렴.’

2011년 9월
올 추석에는 은진이네를 따라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한다.
놀이동산도 가고, 창경궁에도 가고, 난생처음 종합 검진도 받고…….

2013년 4월
“비룟값이다 인건비다 해서 돈은 무섭게 들어가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나라 쌀까지 들어왔다 안 카나. 요새는 마 만날 한숨만 쉰다.”

2018년 10월
가을걷이가 끝난 논은 참새들 차지다.
바닥의 낟알을 찾는 작은 날갯짓이 새삼 귀해 보인다.
내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