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로봇, 나는 사람, 그래도 우리는 형제다
환경오염과 빈부 격차가 날로 심각해져 가는 근미래. 레온이는 쌀밥에 나물, 고기반찬을 먹는 게 소원이다. 자연식품은 값이 비싸서 아무나 먹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탓이다. 더욱이 병약한 엄마가 외벌이로 살림을 꾸려 가는 레온이네로서는 자연식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레온이의 형 영웅이는 그런 동생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런데 레온이를 안쓰럽게 여기는 ‘감정’이야말로 영웅이를 위태롭게 만드는 ‘문제’다. 사람처럼 느끼고 사람처럼 생각하는 까닭에 로봇 3원칙을 어긴 로봇,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수된 필봇이 바로 영웅이의 정체인 까닭이다.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힘들어하던 부모님은 영웅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였고 끝까지 지켜 주었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영웅이는 엄마의 듬직한 맏아들이자 레온이의 든든한 형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판매원으로 일하던 자연식품 가게에서 해고를 당한다. 채소를 훔치는 할머니를 못 본 척해 준 일이 들통 난 까닭이다. 그 일로 위기의식을 느낀 영웅이는 폐차장을 운영하는 아빠의 옛 친구를 찾아가 일자리를 부탁한다. 엄마와 레온이는 영웅이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애가 타지만, 영웅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영웅이가 일을 시작하면서 폐렴으로 고생하던 엄마는 잠시 숨을 돌리고, 레온이도 자연식품을 먹을 꿈에 부푼다. 하지만 퇴근길에 의식을 잃는 사고를 겪으면서 영웅이는 가족을 위해 어려운 결심을 하는데…….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악몽을 막아 내는 힘, 공감과 연대
레온이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이등 시민’이 존재한다. 레온이의 단짝 친구 찰스의 보디가드인 제우스 같은 로봇들이다. 레온이와 한 침대를 쓰는 영웅이와 달리, 제우스는 찰스가 잠자리에 들면 방문 앞에서 밤새 보초를 선다. 제우스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찰스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찰스가 특별히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다. 그저 로봇은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