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서 발견한 소통 수단, ‘봉수’를 되살려 낸 역사 동화
인류의 문화적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바로 ‘의사소통’이다. 인간은 손짓, 몸짓에서부터 기호, 언어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를 거쳐 의사소통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그중에서도 ‘불’은 아주 중요한 발견이자 역사.문화적 좌표이다. 인간은 불을 통해 적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음식을 끓여 먹게 되었으며 의사소통의 진화적 발전을 이루었다.
‘불’과 ‘연기’는 시각적으로 효과가 높고, 먼 곳까지 신속하게 소식을 알릴 수 있다는 것에 실마리를 얻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봉수’이다. 말을 타거나 걸어서 먼 길을 직접 가고, 서신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다급하고 위험한 상황이 닥칠 때면 봉수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에서 국경을 넘어온다거나 불시에 쳐들어올 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봉홧불로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고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안에 접근하는 적을 방어하고자 전국 곳곳의 산 정상에 봉수를 설치했고, 상황에 따라 1봉수부터 5봉수까지 봉화 올리는 횟수를 달리했다.
이처럼 봉수는 역사 ? 문화적으로 귀중한 의미를 갖는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근대 통신제도가 발달하면서 대부분 방치되는 위기에 처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소통 수단의 변화’에서 간단히 다루어지고, 텔레비전 사극에서도 봉수대를 지키는 이들은 ‘조연’이나 ‘엑스트라’ 정도로 나온다.
『봉홧불을 올려라』는 조선 시대에 열두 살 봉수군이 존재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성자 작가는 운명처럼 다가온 그 소년을 현재에 불러내기로 한다. 열두 살 봉수군에 대한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작가는 봉수와 관련한 여러 참고문헌을 읽고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하기 위해 전북 진안의 태평 봉수대를 여러 번 찾았다. 또한 복원된 봉수대를 관리 ? 감독하는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