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가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분변은 인류의 중대한 관심사였다. 많은 이들이 국경과 문화, 종교를 초월해 이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했다. 인도의 민족운동가 모한다스 간디는 조국의 독립보다도 국민의 위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화장실 문제에 늘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이트는 분변학이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며 배설물을 이해하고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사할린 섬의 비참한 위생 상태를 열정적으로 기록했고, 러디어드 키플링은 문학보다 하수도에 더 큰 매력을 느낀 나머지 틈날 때마다 배수관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썼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변기야말로 ‘산업 분야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라며 예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위생과 배변은 현대 인류 문명의 토대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현대의 도시를 정의하는 핵심 항목 중 하나는 ‘하수 체계가 갖추어진 도시’다. 인간과 배설물 간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위생 도시’야말로 현대적인 도시로 인정받는다. 또한 아이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첫 과정은 다름 아닌 배변 교육이다. 이른바 예의범절의 습득은 유아용 변기로부터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렇듯 분변에 대한 태도는 문명의 척도이자 한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사생활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배변과 위생이 다른 이슈들에 밀려나 주목받지 못하게 되었을 뿐, 분변은 세계 어느 사회에서나 진지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 수십 억 삶을 결정짓는 문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4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뒤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한양은 세계에서 베이징 다음으로 가장 더러운 도시다. 거리에는 사람의 분변과 지독한 악취로 가득하다.” 20세기 초까지도 서울 시내는 궁궐을 제외한 사대문 주변이 말 그대로 똥밭이었다. 전쟁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197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