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전쟁인 여론전에서도 승리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전쟁이 있었다. 바로 여론전이다. 청일전쟁 동안 일본은 모든 국가 선전 기기를 가동했다. 일본은 100명이 넘는 종군기자를 비롯해 현장 스케치 기자, 사진기자를 초청했다. 전쟁 발발 후 1개월 만에 17명의 서양기자가 일본군 종군 취재 허가를 받았다. 일본은 심지어 비밀리에 미국인 전문가를 채용해 국가 선전(宣傳 전쟁의 총 지휘를 맡겼다. 일본은 전면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한 것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러시아 등의 미디어는 청일전쟁이 동아시아 내 서양 세력의 구조를 전환하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보도했다. 이 책에서 수집한 보도 중에 많은 것이 일본 정부에서 제공받은 지면과 사진이다. 서양 미디어에 취재의 편리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일본 정부는 서양 미디어가 진행하는 여론의 기획을 빌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중국과 조선을 하나로 일본과 대비하는 구도를 내세워 각각 야만과 문명의 시각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렇듯 당시 서양에서 출판된 수십 종의 화보에 근거해 편집한 이 책은 동아시아를 넘어 청일전쟁을 재구성해보고 관찰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 당시의 매체를 통해 좀 더 직관적으로 그 시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꾸밈없는 사건 묘사로 청일전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