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에 맞는 부부관계 정립을 위해 마련된 ‘부부의 날’은 5월 21일이고,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오늘날의 부부는 현대사회에 맞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황혼이혼, 졸혼, 비혼이 일상화되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존중, 배려에 관한 사회적 이슈를 모두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지금 이 시점에도 부부 사이는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물론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인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자들의 몫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평등한 부부 사이는 어떨까?
부부는 날마다 전쟁 중
『평등은 개뿔』을 함께 작업한 신혜원, 이은홍 부부는 그림책 작가와 만화가로 출판계에서는 알아주는 평등 부부이다. 민주주의와 평등, 노동과 인권 문제에 관심 갖고 열심히 실천하고 활동하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인지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룰 거라 여겼고, 결혼 전에도 평등한 결혼 생활에 대한 약속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혼 초 아내는 시부모를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는데 남편은 장인어른, 장모로 부르는 호칭 문제로 싸우고, 열 달 동안 배 속에서 키운 건 여자인데 아기가 태어나면 일방적으로 아버지 성을 따르는 제도를 불합리하게 여긴다. 또 여자도 집안일, 육아는 처음인데 함께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거라 여기는 남편의 태도가 부당하다 느낀다. 나름 진보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생각하는 남편이지만 자라온 환경과 관계 맺는 친구들, 사회 제도 안에서는 불평등과 불합리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초장에 확 눌러야” 한다거나 “여자들이 뭔가 해 보겠다고 나대는 것도 싫어”하는 친구들에 비해 ‘정말 노력하고 있고 많이 도와주는’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둘 다 일하고 돈 버는 입장인데 여자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사소한 일들로 날마다 전쟁을 치르던 어느 날 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