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이야기
독서광 산이의 책읽기는 유난스럽습니다. 놀이동산으로 체험학습을 가면서도 책을 집에 놓고 왔다고 투덜투덜 볼멘소리를 할 정도지요. 책을 통해서만 지식을 얻은 탓인지 모든 일에 시큰둥한 구석도 있습니다. 그러던 산이가 놀이동산 귀신의 집에서 뜻밖의 공간으로 끌려 들어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무들의 영혼이 모여 있는 곳인 영계입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나무를 희생시킨 죄로 판결을 받을 찰나, 산이는 중국 역사소설 《삼국지》에서 읽은 기억으로 대왕 나무의 정체를 알아차립니다. 나무 영계를 다스리는 대왕 나무가 실은 약 2천 년 전에 조조가 궁궐을 새로 지으려고 베어 낸 배나무였던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산이는 《어린 왕자》에 나온 B612 행성의 바오바브나무와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의 사과나무도 알아봅니다.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나무들도 제각기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지요. 바깥이야기 속의 안이야기, 그리고 안이야기 속의 또 다른 책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이렇듯 상상력의 공간이 넓어집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나무 영계에도 위험이 닥쳐옵니다. 처음엔 가뭄 기운이 몰려오고, 다음엔 병충해가 들이닥치더니, 이윽고 화염대마왕까지 쳐들어옵니다. 이미 생명을 마친 나무들의 영혼이 모인 곳에 무슨 위험이냐고요? 하지만 대왕 나무의 설명에 따르면, 영계는 지구와는 아주 다른 곳입니다. 지구에서는 삶과 죽음이 정확하게 갈라지지만, 끝없이 넓은 우주에선 삶과 죽음이 서로 이어져 있으니까요. 그런 까닭에 지구에서 살던 나무들의 영혼이 모인 이곳은 여전히 지구의 나무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만의 고정된 시간과 공간 개념으로는 알기 힘든 문제이지만, 누군가 그랬지요. 자연과 우주가 신비로운 것은 아직 드러나고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요. 어쩌면 나무 영계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자연의 마지막 근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은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감싸고 보호해 주는 자연의 근원마저 파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