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원산에 이중섭의 작품이 무더기로 남아 있다?
1950년 12월, 이중섭이 살던 함경남도 원산에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중섭의 어머니는 서둘러 가족들을 피난 보내려 했다. 가족을 이끌고 피난길에 오르려던 이중섭은 홀로 고향에 남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안쓰러움 때문에 자기가 그린 그림 더미를 모두 어머니에게 남겨두고 떠났다.
“오마니! 이 그림들이 둥섭이니깐 오마니 옆에 두라우요.” 28쪽
많은 그림이 원산에 남았겠지만, 이후 그림의 행방을 아는 이는 없다.
7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후 서울, 미술 감정사 김영신에게 사업가 황용신이 찾아와 사진 한 장을 들이민다. 그 사진 속에는 새터민이 탈북 구조를 요청한 여인의 모습 뒤로 둥섭의 서명이 선명한 유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이중섭의 열렬한 추종자인 박영신은 그림 속 작품이 이중섭의 그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목숨을 건 월북을 감행한다.
그림을 찾으려는 박영신과 황용관, 그들을 이용해 북한에 있는 문화재를 밀반출하려는 북한의 군인들과 정보원들, 이 기회를 통해 사랑하는 여인을 북한에서 탈출시키려는 김광선, 문화재 유통을 통해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과 진품과 모조품의 경계조차 모호한 미술 시장의 현재가 뒤섞여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둥섭에 대한 찬가
이 책의 작가 탁영호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청소년기 우상이 이중섭이었다고 고백한다. 《둥섭, 북에서 온 명작 스캔들》에 36쪽 분량의 ‘책 속의 책’에는 이중섭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만화 또한 추리모험극이라고는 하지만 이중섭의 삶과 작품에서 출발한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 휘말려 참혹하리만치 불행하게 살아간 천재 화가 이중섭의 그림 역시 그의 비극처럼, 원산에 두고 온 어머니와 일본으로 건너간 아내처럼, 한국 현대사의 비극처럼, 여전히 남한과 북한에 나뉘어 존재한다.
이 책 속에서는 그렇게 남과 북에 나뉘어 존재하는 이중섭의 작품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