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봉 너머 천호봉 너머 만호봉에
게으른 중에 게으른 중에 게으른
엿장수 말고 조막이 맘대로
소 한 마리 팔아서 호박 한 덩이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뭐?
제자 도둑, 스승 도둑
구미호가 울던 날
백호봉 너머 천호봉 너머 만호봉 너머 열너미 고개
어느 봄날
작가의 말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작지만 큰 아이, 꾀돌이 조막이의 세상을 향한 재치 발랄 도전기
잠꾸러기에 게으름뱅이, 주먹보다 작은 데다 글자라곤 하나도 몰라도 괜찮아.
조막이를 봐. 남모르는 꾀주머니를 차고 있잖아. 다른 누구한테는 이야기 주머니가 있고,
노래 주머니가 있고, 꾀꼬리 목소리 주머니가 있고, 다정한 마음 주머니가 있지.
텅 빈 주머니도 괜찮아. 그럼 뭐든 새로 담을 수 있잖아.
남들과 달라서 더욱 소중하고 빛나는 ‘행복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
조막이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심심산골 만호봉 아래서 살고 있는 부부가 꼬박 삼 년을 치성 드려 얻은 귀하디귀한 아이 조막이는 알에서 태어나 더욱 신령스럽고 특별했지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야물딱진 조막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로운 아기들과 달랐습니다. 작기는 또 얼마나 작은지요. 오죽하면 주먹보다 작아서 ‘조막’이라 이름 지었을까요. 조막 아범과 조막 어멈은 조막이가 한없이 예쁘고 자랑스러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조막 아범이 시름시름 앓더니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조막이네는 만호봉을 떠나 열너미 마을에서 힘겨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조막이 가족의 세상을 향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지요.
‘알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다소 신화 같은 설정을 통해 작가는 조막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아주 특별한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곧 모든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특별하며, 어느 누구나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임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조막이는 점차 잠꾸러기에 게으름뱅이, 아무리 글을 배워도 단 한 글자도 깨치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 갑니다. 이런 조막이가 어떻게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꾀돌이 조막이의 지혜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옛이야기 ‘조막이’를 모티브 삼아 이현 작가가 새롭게 구성한 《조막만 한 조막이》는 작가가 곳곳에 숨겨 놓은 색다른 반전으로 읽는 즐거움을 한껏 더해 줍니다.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