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 작품에 찍힌 인장은 위의 방법 등을 토대로 실제 작품에 사용된 사례를 살피고 상호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여 진위를 판단하여야 한다. 진작만이 진실한 연구를 보장하기 때문에 인장을 채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진작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과 감정 능력이다. 또한 실물 인장이 전하는 경우, 작품에 찍힌 인장과의 비교뿐만 아니라 당시 전각가와 전각계의 인풍印風, 한중 전각교류 사례, 사용례, 변관과 더불어 전각가에 대한 문헌 연구도 빼놓을 수 없는 필요 조건이다. | 고재식 / 본문 중에서
- 서문 중에서 -
고재식 선생이 홀연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인생의 허무를 깊이 느꼈다. 유고논집 간행을 준비하면서 유족과 함께 그가 쓴 글을 한자리에 모아보고, 나는 그가 타고난 학자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의 문제 제기는 늘 신선했고, 자료를 매만지는 노력은 실로 감탄스러웠다. 그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꼼꼼했다. 하나하나 표를 만들고 그 빈칸을 수 십 수 백의 실물자료에서 따온 인문印文으로 채운 뒤, 출전을 일일이 밝혀서 각주로 표시했다. 큰 판형으로 500쪽에 달하는 그 엄청난 인고의 시간 속에서 그의 내면을 돌아나갔을 생각들이 나는 참 궁금하다. 그는 생전에 무비당無非堂이란 호를 즐겨 썼다. 이덕무가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인용한 “문 나서면 모두 다 욕스런 일뿐, 책을 펴니 부끄럽지 않음이 없네.出門都是辱, 開卷無非羞.”에서 취해온 글자다. 그는 세상 일로 바빠 책을 펼쳐 연찬하는 몰입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을 늘 부끄러워했다. 이제 그가 남긴 유고를 한 자리에 모아보니 10편의 옹근 글이 그가 꾸었던 꿈의 자락들을 넉넉히 보여준다. | 정민 / 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