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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궁에 살던 너구리
저자 최이든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출판일 2019-10-05
정가 11,000원
ISBN 9791162100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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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끔찍하고 참혹했던 비극

덩치가 커다란 장정은 너구리의 뒷덜미를 낚아채 가마니 속에 휙 던져넣는다. 갑갑한 가마니에 들어있던 너구리는 창경원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밖으로 나오게 된다. 곰, 노루, 말, 고라니, 호랑이, 사자……. 창경원은 다양하고 엄청난 동물들로 가득 메워지고,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라고 불리게 된다. 야생에서 뛰놀던 동물들을 잡아들여 우리에 가둔 것도 큰 비극이었지만, 동물들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될 무렵부터 6·25 전쟁까지 창경원의 동물들은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맞게 된다. 전쟁으로 인한 물자 부족을 이유로 동물사를 부수고 굶겨 죽였으며, 맹수들의 먹이에 독약을 섞는 등 잔인하고 악랄한 일들이 행해졌다.
너구리 할머니는 끔찍했던 시간을 관통한 생존자이다. 과거와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동물원에는 실제 전쟁 상황을 가정한 대응 지침이 마련되어 있다. 작고 순한 동물들은 방사하되, 사람을 해칠 우려가 큰 맹수들은 부모고 새끼고 할 것 없이 독살하거나 총살해야 한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끌려온 동물들은 또다시 인간이 벌인 전쟁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역사는 인간의 기록이다. 발자국을 남길 방법이 없는 동물들은 지나간 시간 속에 가려지고 지워진다. 『궁에 살던 너구리』는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너구리로 하여금 창경원을 동물들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창경원은 우리나라의 깊은 상처이기도 하지만, 동물들에게도 처참한 고통이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 살 넘은 너구리의 이야기에
우리 아이들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너구리 할머니는 창경원에서 자신을 도와줬던 사육사를 찾아 먼 길을 나선다. 이제 ‘사람’이라면 몸서리를 칠 법도 하지만, 너구리 할머니는 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에 흠뻑 빠져있던 해원이는 친구들에게 창경궁에 대해 알려줄 거라고 외친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