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아하는 것과 이별하는 법
민이네 할아버지는 코 파기 대장입니다. 콧구멍이 커서 코딱지도 엄청나게 나오지요. 민이는 할아버지의 커다란 콧구멍과 엄청난 코딱지가 부럽기만 합니다. 엄지와 검지로 코딱지를 돌돌 말아 톡 튕기는 모습도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습니다. 코딱지 멀리 튕기기도 태권도처럼 띠를 준다면 검은 띠도 너끈히 따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비법을 아무도 몰래 민이에게만 알려 주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민이는 둘만 아는 비밀이 진짜 많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사이라서 그렇지요.
그런데 민이에게 코 파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좋아하는 게 생겼습니다. 바로 흔들리는 앞니입니다. 혀로 쓱 밀어도 흔들흔들, 손가락으로 슬쩍 건드려도 까딱까딱…… 민이의 마음은 온통 앞니에 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간식도 다 마다할 만큼 말이지요. 껌이나 과자, 떡 따위를 먹다가 앞니가 홀랑 빠져 버리면 큰일이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민이의 앞니를 보자마자 곧 빼야겠다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합니다. 할아버지라면 진짜 좋아하는 것과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않는 법을 알 것도 같은데, 요즘은 통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너무 바빠서 민이를 보러 올 틈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이는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 할아버지는 왕콧구멍에 고무관을, 손등에는 주삿바늘을 꽂은 채 병원 침대에 힘없이 누워 계십니다. 저래서는 코를 팔 수도 코딱지를 돌돌 말아 튕길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민이는 할아버지의 기운을 북돋워 주기로 합니다. “내 이빨 한번 흔들어 볼래? 그 대신 딱 한 번만이야.”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손을 갖다 대자마자 그만 앞니가 쑥 빠져 버립니다. 애써 미뤄 왔던 이 이별 뒤에는 애써 외면했던 또 다른 이별이 기다리고 있지요. 민이는 진짜 좋아하는 것들과의 이별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떠난 이들이 남겨 둔 것들
신순재 작가는 여러 해 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이 글을 썼습니다. 어린 딸이 할아버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