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의 특별한 내리사랑
부모가 되어 보아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제 몸으로 낳은 자식이 아닌 아기 물닭을 아끼고 사랑하는 너구리가 있다. 바로 물새들이 모여 사는 갈대밭에서 물닭 둥지를 지키는 특이한 너구리, ‘너굴 씨’. 사실 시작은 너굴 씨가 ‘물닭 씨’의 알들을 한 알만 남기고 다 먹어 버린 사건이었다. 너굴 씨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미안함으로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그렇게 오며가며 물새들의 동네에 정이 들어갈 무렵, 마지막 남은 한 알이 깨어난다. 물닭 씨와 너굴 씨는 알을 낳은 정과 알을 지킨 정으로 엄마와 아빠가 된다.
너굴 씨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기 물닭 찌비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모든 사랑이 그렇듯 희생정신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내 가족 내 자식만 챙기기에 바빠, 이웃들이 청하는 도움을 뒤로한다. 한편 ‘수달 보안관’은 대의를 위하여 누군가의 희생으로써 갈대법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 물새 사냥꾼 ‘그림자’에 의한 희생이 커지자,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과 부차적인 피해라는 합리화 사이에서 갈등한다.
너굴 씨는 복수심에 눈이 먼 자신을 되돌아보고, 외면했던 이웃들의 용기에 감동하는 순간, 정의감을 되찾게 된다. 수달 보안관은 그림자의 횡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책임감을 느끼고 선두에 나선다. 갈대밭 그림자 체포 과정에서 찌비를 향한 너굴 씨의 내리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모두의 정의감을 느낄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한 유승희 작가의 글은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강가 생태계의 여러 물새들과 주변 동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너굴 씨와 물닭 씨가 서로 정들어가는 이야기에서 비 내리는 호숫가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물새 순찰대의 그림자 추적이 이어지는 장면 곳곳에서는 적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두운 갈대밭 속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굵직한 주제를 우화 형식으로 풀어내어 재미있게 들려준다. 또 윤봉선 작가의 개성 있는 캐릭터 연출과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