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용감한 여왕, 햄릿
추운 겨울날, 미유는 화단에 버려진 햄스터를 보자마자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로 한다. ‘햄’으로 시작하는 멋진 이름을 고민한 끝에 햄스터를 ‘우리 집의 용감한 여왕, 햄릿’으로 임명한다. 햄릿은 미유가 처음으로 이름을 지은 존재이며, 처음으로 용기 내어 만져 본 동물이다. 미유는 햄릿이 서툴게 쳇바퀴를 돌리는 모습, 멍하니 생각에 빠지는 모습, 처음 딸기를 먹고 깜짝 놀라는 순간을 지켜본다. 우리를 벗어나 집 안 어딘가에 숨은 채 며칠씩 돌아오지 않을 때에는, 햄릿이 다치거나 아니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까 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마침내 돌아왔을 때에는 화내거나 원망하기보다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뻐할 뿐이다.
미유가 일방적으로 햄릿에게 헌신하는 듯하던 관계는, 미유의 마음에 슬픔이 생기면서 조금 다르게 비춰진다. 햄릿은 미유가 입양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에도,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엄마 아빠를 원망하는 순간에도 늘 미유를 바라보고 미유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바닥을 구르는 땅콩’ 같던 햄스터가 세상에 단 한 마리뿐인 미유의 ‘햄릿’이 되는 과정은, 반려동물을 길러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사랑스럽다. 이것은 비단 사람과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누군가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 독자들이라면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마음과도 닮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햄릿과 나, 비밀과 아픔도 꼭 닮은 가족
어느 날, 평온하던 미유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단짝친구 태리가 미유네처럼 엄마 아빠의 혈액형이 O형이면 아이들도 O형이라고 말해 준 것이다. 집에서 혼자만 A형인 미유는 이모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고, 엄마는 미유가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되었는지 알려 준다. 그날부터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미유의 마음속에 쌓이고, 혼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이 늘어 간다. 그 무렵 햄릿의 귀 뒤에 검은 혹이 생기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미유는 쉬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