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심은 내 안의 나무는 자라서 점점 커지고,
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무를 옮겨심는다
전작 『아빠의 술친구』에서 가정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의 고통을 이야기했다면,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에서는 보다 깊이 폭력의 대물림 문제에 관해 다루고, 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매일 밤 아빠는 아이에게 맨주먹으로 나무를 심고, 그 나무는 밤새 자라서 아침이면 아이의 몸에는 피멍 든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학교에 다니던 아이는 어느 날부터 나무들을 옮겨심기 시작합니다. 마당에 묶여 있는 개에게, 학교에 있는 아이들에게, 심지어 결혼해서 낳은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하지만 그들에게는 열매만 맺힐 뿐, 나무는 자라지 않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나무를 심고 다니던 아이는 어느새 무시무시한 어른으로 자랍니다. 자신에게 나무를 심던 아빠를 닮아 갑니다. 베어 버릴 수도 없을 만큼 무시무시하게 자란 나무를 안은 채로요.
우리가 외면했던 소외된 나무 한 그루의 이야기
비폭력 세상을 위해 폭력의 세계를 그리다
책 속 아이가 처음 열매가 맺힌 나무를 안고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이 알아주었다면 뒷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때는 몰랐더라도,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고 학교에 갔을 때 누군가 알아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아이는 아빠처럼 나무를 옮겨심고 다니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려고도, 묻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는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아빠도 엄마도 없지만, 온몸에 열매가 가득 맺힌 아이들을 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그 아이들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어쩌면 아이 안에서 베어 버릴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나무들이 자라게 된 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이 아이에게도 심긴 나무가 없는지, 온몸에 피멍 든 열매가 가득하지는 않은지, 묻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김흥식 작가는 은유적인 글을 통해 폭력의 대물림 문제를 고발하는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