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 씨 댁이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
사와무라 씨 댁의 아버지 시로 씨와 어머니 노리에 씨가 1편에서 노년의 일상을 보여주었다면, 2편에서는 덤덤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2편의 제목이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인 이유이다.
지나간 개, 사와무라 씨 댁에서 옛날에 키웠던 치비와 닮았던 겁니다.
“이제 개를 키울 일도 없겠네요.”
“언제까지 돌봐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_95쪽, ‘귀갓길에 우연히 마주치다’중
그렇다고 이 시리즈가 노년을 우울하게 그리는 것은 아니다. 마스다 미리 특유의 위트와 유머는 죽음을 준비하는 사와무라 씨 부부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례식은 어떻게 하지.”
“어떤 음악을 틀지 어떤 꽃을 꽂을지 취향이 있잖아.”
“좀 더 밝은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행진곡은 아니지.”
_62-62쪽, ‘슬슬 준비를’중
이처럼 사와무라 씨 부부는 오히려 활기차다. 어머니 노리에 씨는 가슴에 스며든 봄이 69번이나 된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아버지 시로 씨는 자신이 젊은 시절에 탐닉했던 영화감독의 작품을 대여점에서 찾는 젊은이를 발견하고는 자신만의 영화목록을 전파하고 싶어 설렌다.
그런 사와무라 씨 부부이기에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결론을 끝까지 고수할 것인가, 하는 것이 2편의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