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주년, 새롭게 주목해야 할 역사와 문학
만화 《나목》은 모두 9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덧붙여져 있다. 그중 프롤로그는 소설가 박완서가 박수근 화백 유작전 소식을 듣고 과거를 회상하는 에피소드이다. 소설 《나목》의 탄생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원작자에게 보내는 만화가의 ‘헌사’와도 같은 부분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원작에 묘사된 대로 1951년 서울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1.4후퇴로 밀려났던 유엔군이 3.8선을 회복한 그해, 서울에는 전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피난 대열에 끼지 않고 엄마와 함께 남은 스무 살 경아는 학업을 중단한 채 미군 PX에서 일하고 있다. PX에는 미군을 상대로 여러 가지 물품을 팔고 관계를 맺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경아가 일하는 초상화 상점의 주인 최 사장은 미군에게 그림을 주문받아 파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난한 화가들을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장사꾼이다. 다이애나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군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잡화점 매니저이며, 황태수는 사다리도 제대로 못 올라타는 겁 많은 전기공이다. 모두는 전쟁 중에도 식구들을 먹이고 입히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경아는 그곳에서 최 사장이 데려온 화가 옥희도와 만난다. 다른 화가들처럼 간판장이도 칠쟁이도 아닌, ‘그냥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옥희도에게 경아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비록 남루한 현실에 찌들어 있지만 예술가로서 자신의 실존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화가 옥희도의 등장은 경아의 삶에 조용히 파동을 일으킨다.
경아의 마음속에 일어난 작은 불씨와 예술가로서의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픈 옥희도의 욕망을 확인한 어느 날, 두 사람은 비로소 둘 사이에 놓인 간극을 바라본다. 옥희도가 화가의 자리로 떠나버리고 난 뒤 경아의 헛헛한 마음을 파고든 것은 미군 맥스의 농간이었다. 경아는 답답한 현실을 벗고 스스로 시험대에 오르기 위해 맥스가 기다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