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1.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
왜 구태여 침묵했는가
자유주의 송편
모순과 함께 걸었다
떠나는 이유에 대해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마르크스‘도’ 읽어야지”
2. 실패를 예감하며 실패로 전진하기
신의 가호에 회의를 품게 된 시대 ─ 仁
미워하라, 정확하게 ─ 正
삶이라는 유일무이의 이벤트 ─ 欲
해도 안 되는 줄 이미 알았던 사람 ─ 禮
우유부단함은 중용이 아니다 ─ 權
실연의 기술 ─ 習
완성을 향한 열망 ─ 敬
알다, 모르다, 모른다는 것을 알다 ─ 知
3. 회전하는 세계의 고요한 중심점에서
자성,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고통 ─ 省
“빡센 삶, 각오는 돼 있어?” ─ 孝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다 ─ 無爲
부러우면 지는 거, 아니 지배당하는 거다 ─ 威
너의 존재는 거짓이 아니다 ─ 事
지구의 영정 사진 찍기 ─ 再現
돌직구와 뒷담화의 공동체 ─ 敎學
4. 성급한 혐오와 애호를 넘어
새 술은 헌 부대에
계보란 무엇인가
‘유교’란 무엇인가
*에필로그
#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
: 삶과 세계를 정밀하게 독해하려면
공자는 “나는 말하지 않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영민은 『논어』 텍스트 전체가 “발화한 것, 침묵한 것, 침묵하겠다고 발화한 것”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본다. 침묵을 매질로 삼은 메시지는 그에 걸맞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독해자를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분류를 염두에 두고 의도된 침묵마저 읽어낼 자세로 『논어』를 탐사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공자는 노나라 사구(형벌이나 도난 등의 사안을 맡은 벼슬 직책을 맡고 있다가 느닷없이 직장을 관두고 떠나버린 일이 있다. 그는 왜 쓰고 있던 면류관도 벗지 않은 채 보란 듯이 예를 어기며 부랴부랴 떠났고, 왜 구태여 침묵했을까?
“공자가 자신이 떠나는 진짜 이유에 대해 침묵했으므로,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공자가 고기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공자가 내심 너무너무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자신에게 고기를 주지 않자 그만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탓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공자가 고기에 대해 중독에 가까운 무조건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런 추론도 합리적이리라. 그러나 공자는 고기에 관하여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 55쪽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공자가 고기라면 무조건 먹으려 드는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었음을 옛 문헌들을 뒤져가며 예의 진지하게 증명한다.(55~57쪽 그리고 독자는 그 독특한 유머와 리듬에 빠져 하릴없이 키득거리다가 어느새 다음 문장에 도달한다.
“만약 공자가 특정한 도덕률에 고집스럽게 매달리는 협애한 도덕가였다면, 그는 그저 특정 도덕 기준을 들어 자신의 조국을 가차 없이 매도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기에는 공자는 노나라라는 정치공동체에 무관한 인물이 아니었다. 만약 공자가 자신의 출신 지역이나 집단에 대해 무비판적인 충성을 일삼는 사람이었다면, 무조건적으로 조국의 편을 들어 어떤 흠이라도 눈감아 주었을는지 모른다. 그러니 고기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