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 신부가 되다
어느 섬 집 창가에 소녀 하나 무료한 듯 앉아 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신부와 신랑이 되어 섬을 떠났으니, 소녀도 이제 오래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야 할 때. ‘나도 신부가 되어야겠어!’ 소녀는 ‘모험’을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창밖엔 빛깔이 발랄한 나무 한 그루, 소녀의 앞날을 암시하는 듯 바다를 바라보고 우뚝 서 있습니다.
낡은 드레스에 달랑 노 하나?
“네가 자랑스럽다.” 부모님이 낡은 드레스와 노 하나를 주며 말합니다. 대단한 혼수나 넉넉한 재산 대신에 소녀의 성장을 인정해 준 걸까요. “이제 소녀가 아니라 신부구나.” 두 사람은 소녀를 꽉 안아줌으로써 신부 된 앞날을 축복합니다. 신부가 된 소녀는 이제 드레스 차림에 노 하나를 들고 바닷가로 나아갑니다.
계산? 기만? 허영? 노! 노! 노!
그러나 세상이 어디 이 순박한 가족의 마음만 같을까요? “이곳을 나갈 배를 찾고 있어요.” 사람들은 배를 찾는 신부를 보는 대신 신부가 들고 있는 노를 보며 말합니다. “미안하지만, 노 하나로는 갈 수 없어요.”
섬 한 바퀴를 다 돌도록 신부는 자신을 태워줄 배를 찾지 못합니다. 아니 노의 개수에 개의치 않는 사람을 만나지 못합니다.
계산과 잇속에 염증을 느낀 걸까요. 신부는 바닷가를 떠나 산으로 가고, 중턱쯤에서 신부의 노가 몇 개인지 궁금해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납니다. “내 배에 타시지요. 절대 외롭지 않을 거요.” 그런데 그 배에는 수많은 신부들이 타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거기 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까요? 어쨌든 ‘이곳은 있을 자리가 아니야.’
산꼭대기에서 신부는 또 한 사람을 만납니다. “내 배는 이 섬에서 가장 호화롭지요. 이 배를 타면 모두가 부러워할 거요.” 하지만 산정에 걸쳐 있는 호화로운 크루즈 또한 신부가 탈 배는 아닙니다. “이건 아니야.”
내 노 하나의 가능성
‘차라리 심심한 게 나은지도 모르겠어.’ 신부가 숲속을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급한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