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철학사에 대한 도발적인 해석,
인간에게서 물러나는 객체를 탐구하다
하먼은 책의 시작부터 도발적인 관점을 드러낸다. 그는 지금까지의 철학이 객체를 다루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객체의 근원적인 실재를 파고들어가는 하부 채굴(undermining이다. 두 번째는 객체의 성질을 한 다발로 묶어 그 성질을 곧바로 객체로 간주하는 상부 채굴(overmining이다. 만물의 근원을 물이나 불, 특정한 원소로 간주하는 흐름이 하부 채굴 철학이라면, 우리의 경험 속에서 도출한 사물의 속성에서 객체를 찾아내는 흐름이 상부 채굴 철학이다. 이 중 어느 것도 객체를 그 자체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객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 저자는 후설에게서 실마리를 찾는다. 하먼에 따르면 후설이 말한 ‘지향적 객체’는 객체를 이해하는 첫 번째 길이다. 우리는 우리 바깥에 있는 객체를 지향함으로써 감각하며, 이를 통해 객체의 존재와 성질을 파악한다. 여기서 저자는 ‘감각 객체’와 ‘감각 성질’을 도출한다. 하지만 감각 객체/감각 성질은 우리의 의식과 관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직 객체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인물은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다. 『존재와 시간』을 썼던 초기 하이데거는 ‘망가진 도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인간에게서 물러난 객체를 규명했다. 하먼은 인간의 의식과 무관한 이 객체들과 그 성질을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과 결합해 ‘실재 객체’와 ‘실재 성질’이라고 명명한다.
하먼은 후설과 하이데거, 그리고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자신의 사유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대로 계승하지 않고 더욱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급진적으로 전개한다. 특히 하먼이 겨냥하는 것은 인간중심주의 철학이다. 그가 지적하는 “우리가 인간의 사유 밖에 있는 세계를 사유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유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은 더는 사유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순환을 피하고자 하는 어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