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이 아픈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석이와
병약한 몸으로 집 안에 갇혀 지내야 하는 비치부
나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어려운 일일 수 있어요. 자유롭게 외출하고 마음껏 거리를 뛰어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흔한 일상이겠지만 몸이 아픈 아이들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하루’일 수 있어요. 《미륵사의 보배》에서 비치부가 그랬던 것처럼, 석이의 동생 달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비치부는 권세 있는 귀족 집안의 아들이었어요.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늘 집안에만 있어야 했지요. 바깥출입은 꿈도 꿀 수 없었어요. 늘 탕재를 달고 살았는데, 석이를 만난 것도 바로 탕재 때문이었어요. 사소한 오해로 석이가 탕재 도둑으로 몰렸거든요. 비치부는 석이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솔깃한 제의를 했어요. 자신의 청을 들어주면 보시를 할 수 있는 보배를 주겠다고 했지요. 아픈 달이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보시를 하고 싶었던 석이는 어떤 청이든 들어주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둘은 미륵사를 찾아가게 됩니다. 미륵사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어요. 말을 타고 가면 반나절이면 충분하지만, 몸도 성치 않은 비치부와 함께라면 한나절로도 모자랄 듯했지요. 둘은 함께 걸으며 차츰 서로의 처지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뚝 떨어져 있던 마음이 어느새 이어지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석이와 비치부는 ‘벗’이 되었답니다. 비치부는 석이에게 금정(화폐로 쓰이는 금판을 주고 글도 가르쳐 줍니다. 금정에 직접 소원을 적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하지만 둘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병이 깊어진 비치부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거든요. 석이는 비치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해 금정에 글자를 새깁니다.
마침내 사리 봉안식 날이 다가왔어요. 손이 다 상하도록 글자를 모두 새긴 석이는 금정을 가슴에 품고 미륵사로 향합니다. 봉안식이 시작되고 임금이 먼저 보시를 하고 나자 귀족들의 보시가 이어졌어요. 석이는 보시를 할 수 없는 것이 애달팠어요. 귀족들만 보시를 할 수가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