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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빅북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 시간을 걷는 이야기 2
저자 이보경
출판사 키위북스(일원화
출판일 2019-08-20
정가 65,000원
ISBN 979118517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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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에 걸린 하얀 종이는 소원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경이네 집은 분주합니다. 오늘은 경이네 마을 사람들이 소원나무라고 부르는, 400살이 넘도록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귀한 나무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곱게 빻은 메밀로 동그랗게 떡을 빚고, 엄마는 바구니에 나물이며 과일이며 갖가지 음식들을 챙깁니다. 준비를 마친 할머니와 엄마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은 경이도 함께 따라 나섭니다.
나지막한 돌담 안 커다란 소원나무 아래에 마을 어른들이 한데 모여 저마다 정성스레 준비해 온 음식들을 가득 벌여 놓았습니다. 마치 즐거운 잔치를 벌이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어른은 하얀 종이를 가슴에 품고 무언가를 빌기도 하고, 경이네 할머니는 기도를 끝낸 뒤에 가슴에 안고 있던 하얀 종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았습니다.
하얀 종이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경이도 두 손을 모으고 빌었습니다. 가족과 동네 사람들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몰랐다면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알게 되면 눈길을 끌게 되고, 평범하게 지나쳤을 것들도 알게 되면 특별해집니다. 작가도 그러했습니다. 동네 산책을 하던 작가의 눈에 마을의 오래된 나무와 나뭇가지에 매달린 하얀 종이가 들어왔을 때, 그리고 그 나무가 있는 돌담 너머의 공간이 궁금해졌을 때 이미 그 모든 것이 작가에게는 특별해졌습니다.
하지만 낯선 것과 가까워지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제주에 살기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본향당, 본향신, 마을제… 이런 낯선 말들과 처음 보는 의식,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특별한 신앙의 현장을 작가는 돌담 밖에서 마을제를 바라보는 이야기 속 경이처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했던 독자들도 어쩌면 처음에는 돌담 밖에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돌담 밖에 있던 경이는 차츰 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