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적 인간이 쓴 현대의 고전
이처럼 이 책이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보다 이탈리아 남부의 문제를 바로 그 현장의 목소리로 담아낸 뛰어난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리소르지멘토(이탈리아 통일운동 이후 이탈리아 남부의 문제는 그람시 같은 지식인들을 괴롭혀온 대표적인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카를로 레비에 와서 이 문제는 국가나 이념 같은 추상적 틀을 벗어던지고 바로 그 남부의 역사와 이야기 속에서 생생하게 재현되고 새롭게 모색되었다. 제목에서 암시되듯이 레비가 유배된 남부의 벽촌 갈리아노(현 지명 알리아노는 ‘그리스도’마저 그 문턱(에볼리에서 외면한 지역으로, 그러니까 종교나 국가 같은 인간 문명이 한 번도 주목하지 않은 야생의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그러나 레비는 이 상황을 문명 대 야만의 단순한 구도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문명 세계의 탐욕과 그에 굴하지 않는 농부들의 생명력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레비는 먼저 마을 광장을 어슬렁거리는 지방 귀족들의 야망을 파헤치는 데 주력한다. 갈리아노 시장 돈 루이지로 대표되는 지방 토호세력은 이미 대도시로 떠나버린 엘리트 집단의 잔존세력으로 관료나 의사, 교사, 군인, 사제 같은 중간계급을 형성하며, 아무런 실력도 없이 오로지 기층 민중들의 고혈을 짜내는 데 주력한다. 원래 의학을 공부했으나 화가로 전향한 레비는 이 마을에 의사가 둘이나 있음에도 주민들이 말라리아로 죽어나가는 현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결국 마을 사람들의 간청에 의해 그는 의사로 복귀하지만 이마저도 마을 토호세력의 감시와 견제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이른바 마을의 ‘귀족’을 형성하는 이 토호세력은 겉으로는 자유주의자나 왕당파로 행세하지만 실은 중앙으로 진출하지 못한 몰락한 계급일 뿐이다. 또한 이른바 문명으로 일컬어지는 국가(파시즘와 종교(가톨릭가 이 마을에서 하는 일이란 이들 토호세력에게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이다.
반면, 극도의 차별과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농부들의 삶은 깊은 체념과 비이성적인 주술로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