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1장 자유주의 역사의 문제
1부 역사
2장 평등과 사랑: 루소, 헤르더, 모차르트
3장 인간 종교 1: 오귀스트 콩트, 존 스튜어트 밀
4장 인간 종교 2: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2부 목표, 자원, 문제
5장 우리가 바라는 사회: 평등, 포괄, 분배
6장 동정심: 인간과 동물
7장 ‘근본악’: 무력감, 자기애, 오염
3부 공적 감정
8장 애국심 교육: 사랑과 비판의 자유
9장 비극 축제와 희극 축제: 동정심 형성, 혐오감 극복
10장 동정심의 적들: 두려움, 시기심, 수치심
11장 사랑이 정의에 중요한 이유
부록
감사의 말
완벽함을 동경하지 않는 사회
모든 사회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 국가라는 틀 안에서 정치적 분투의 감정들을 풀어놓는 이 방대한 책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시작된다. 프랑스 혁명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선구자 보마르셰의 연극에 기반을 둔 이 오페라는 정서의 구축에 초점을 맞추며 봉건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그리고 있다. 누스바움은 이 오페라를 공적 문화의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철학 텍스트로 평가한다. 새로운 질서는 마음속의 혁명적 변화 없이는 안정성을 획득할 수 없는데, 이 오페라는 남성 중심의 앙시앵레짐이 갖는 규범을 깨부수는 동시에 새로운 시민 개념까지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루소나 헤르더의 저작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텍스트다.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 중 한 명은 백작 부인이다. 앙시앵레짐의 권위적인 목소리를 대변했던 남편과 달리, 동정을 구하는 요청에 부인은 ‘좋아요’라고 답하며 새로운 체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저는 훨씬 더 다정해요. 그리고 제 대답은 ‘좋아요’예요.” 음악의 각 마디는 마치 무릎 꿇고 있는 남편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음이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진다.
누스바움은 인간 존재의 허약함에 대해 보이는 이런 동정적이고 너그러운 태도가 공적 문화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너그럽게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은 엄격한 규범에 앞서 유연함을 보여준다. 이는 불완전한 것들을 증오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포용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를 요구한다. 그녀의 “좋아요”는 바로 누스바움이 이 책에서 논하려는 정치적 사랑의 유형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듀엣곡은 불안하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자유의 모습 너머로 우리를 끌고 간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완벽함을 동경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과 광란의 사건들 속에서 호혜, 존경, 조율을 구한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점증적으로 자유, 박애, 평등을 추구하면서 그 이념들이 요구하는 것에 “네”라고 화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