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눈부시고, 시끄러운 소리는 싫어요
엄마 아빠랑 뽀뽀하기도 싫어요
그래서 벽 속으로 깊이 들어갔어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의 이야기
여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가 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도, 엄마 아빠와 뽀뽀하기도 싫어하는 아이. 엄마 아빠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 아이. 어느 날 밤, 이 아이는 벽 속으로 숨어 버리고 맙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을 벽 속 말이지요. 엄마 아빠는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멀어지는 아이 때문에 어쩔 줄을 모릅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어떻게 해야 아이와 함께할 수 있을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림책 『벽 속에 사는 아이』의 주인공 아이는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려 합니다. 엄마 아빠가 불러도 반응이 없고, 또래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에게 안아 달라고 하기는커녕 뽀뽀하기도 싫어합니다. 그런가 하면 나비의 날갯짓처럼 두 팔을 흔드는 제한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지요. 이 모습은 모두 자폐스펙트럼 장애(ASD가 있는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벽 속에 사는 아이』는 벽을 사이에 둔 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는 가족이 어떻게 아이과 소통하며 극복하는지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란 과거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불렸던 전반적 발달장애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 등이 모두 통합된 개념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증상이나 기능 수준 등이 다양하게 또는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부모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가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병률은 평균 1만 20.6명이고, 인종과 민족, 사회적 배경을 막론하고 발병할 수 있으며, 발병률은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만큼 우리 주위에 이런 고통을 겪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