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과 행 사이, 쪽과 쪽 사이에서 피어나는 생각과 상상
《숲에서 만난 이야기》는 그림책으로는 드물게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나가 숲속 동물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액자 밖 이야기와 다람쥐 형님이 덩치 큰 곰을 동생 삼고 싶어 하는 액자 속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이어지지요.
이 별스러운 구성은 책장을 넘기는 사이에 독자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 줍니다. 이 책의 주인공 예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숲으로 불러내 함께 책을 읽습니다. 예나와 동물들은 책 속 이야기에 반응하고 공감하며 책 밖에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지요. 심지어 예나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액자 속 이야기의 결말을 멋대로 지어내기도 합니다.
사실 예나처럼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결말을 예상해 보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런 생각과 상상이 펼쳐지는 공간이 바로 행과 행 사이, 쪽과 쪽 사이의 여백입니다.
하지만 책이 영상 매체에 자리를 내주면서 어린이의 생각과 상상이 뛰놀 여백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초당 평균 24프레임이라는 영상물에서 이런 여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여백은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이자 영상 매체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니까요.
채인선 작가가 이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책의 여백에서 마음껏 뛰노는 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울러 어린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책의 여백이 지닌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 상상꾼이 보여 주는 책의 여백에서 뛰노는 법
그림을 그린 배현주 작가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글의 여백에서 마음껏 뛰노는 법을 보여 줍니다. 그중에서도 책 속 이야기는 이 프로 상상꾼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작가의 붓끝에서 다람쥐 형님은 허세 부리는 것만큼이나 멋 부리는 것도 좋아하는 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