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배수구 하늘정원
봄비! 꽃으로 피다
봄, 자라다
꽃인 듯 나비인 듯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길가의 노란 꽃 1
길가의 노란 꽃 2
길바닥에서 뭉크와 고흐를 만나다
연등, 마음에 핀 꽃
여름
나무 그늘에서
생존 끝판왕 개미자리
달빛 무지개 분수
매미의 변신은 무죄
도심 피서
비 온 뒤 처진 달팽이
밤에만 피는 꽃
장맛비
하늘마저 능멸하는 꽃, 능소화
덕수궁의 밤, 조선의 시간으로 걸을까 하여
가을
그래 가끔 구름을 보자
버스 창 물방울이 품은 세상
노랑으로 물든 가을
바닥으로 내려온 낙엽
서울숲에서 만난 가을
하늘공원, 하늘이 빚은 정원
횡단보도, 시간의 지문
가을, 얼다
겨울
겨울의 축복, 꽃양배추
12월 12일 영하 12도가 만든 풍경
양화대교 얼음 조각
얼음에서 숲을 보다
아침 성에
영하 16.4도의 청계천엔
삼월 설악
핸드폰 카메라 수사법
핸드폰 사진관
빛과 그림자
포커스 정밀하게 맞추는 법
앵글
4D 물방울
셔터스피드
노출
감도
남의 핸드폰을 조명으로 이용하는 법
색온도
렌즈 플레어
흔들며 사진 찍는 법
사진은 뺄셈
사진은 과연 직설법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아무 사진 이야기
우주
허상과 실상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사진 인류는 파인더를 통해 또 하나의 우주를 연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만큼이나 사진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말은 달리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빛나는 ‘순간’을 잡아챈다는 브레송의 의도와 달리, 이는 안타까운 오해를 남기기도 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광화문 사거리”라는 보도사진에 달린 “사진이니까 당연히 멈춰 있지”라는 댓글은 희극적이면서 동시에 서글프다. “사진은 멈춰 있다”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사진에 몰두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단 한 프레임에 얽힌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짧게는 수천 분의 1초에서 길게는 며칠 동안 쏟아지는 빛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상념이 오고가는지를 말이다. 숙련된 사진작가는 사진 한 장을 통해 바람을 표현하고, 시간을 담아낸다. 작가가 파인더를 통해 들여다보고 구현해내는 것은 단순히 세상의 한 조각이 아니라, 작가가 독자적인 시선으로 재편한 또 하나의 세계이자 독자적인 우주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내기를 한다. 파우스트가 자신도 모르게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라고 말할 정도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내기다. 그리고 참된 삶의 의미를 찾은 순간 파우스트는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내뱉어,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평생토록 앎을 추구했던 노학자도 본능적으로 ‘멈추기를’ 소망할 정도로, ‘즐거운 순간을 박제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불연속적인 일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만을 간직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설령 악마에게 의존하지 않더라도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간결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의 손에, 앞주머니에 혹은 가방 속에 말이다. 값비싸고 묵직한 장비가 아니더라